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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비평/음악

G단조 아다지오의 허실

 

오래 전에 가본 적이 있는 뉴욬 주의 이타카입니다. 

분위기가 호젓해서 내용에 나오는 음악에 걸맞지 않나 싶네요^^. 저의 '직찍' 사진이 아닙니다. 



왠지 기분전환이 필요해서 약간 한가로운 글을 쓰게 되는군요. 그래서 한가로운 글머리일 수도 있겠네요.

제가 사는 지역엔 'WQXR'이란 7/24 클래싴 음악 방송이 있습니다. 클래싴 전문으로는 지역에서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매 정각 막간에 짧게 뉴스도 보도하곤 하지요. 사이트(wqxr.com)에 들어가면, 실시간에 뜨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곡목도 간단히 늘 소개됩니다. WQXR이, 본래는 유명 언론인 뉴욕타임즈(NYT)사 산하에 있었다가 요 얼마 전 공영방송(NPR)으로 편입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금요일날 영락 없이 유대회당 '엠마누-엘'의 경배/찬양 광경이 전파를 타는 걸 보면, 이런 주요 언론계에 유대계가 깊숙이 관여돼 있어, 무소불위의 파워를 발휘함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좋아해 온 음악 하나를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현악과 오르간 콘티누오(통주저음/通湊底音)를 위한 '아다지오 G단조'..토마소 지오반니 알비노니(Tomaso Giovanni Albinoni)의 작품으로 알려진 곡이지요. 독자들도 잘 아실 겁니다. 약간 통속적인 냄새가 나는 짧은 도입부 다음에 현악기군이 (이동도법으로) "미 레도 티(시)라 라 세" 하고 음열을 타는 곡입니다. 미국 작곡가 새뮤얼 바버의 대표작인 '현악을 위한 아다지오'는 이름은 비슷해도 전혀 다른 곡입니다.

다음 사이트에서 일부가 생략되지 않은 전곡(연주시간 11분 30초)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오른쪽 맨 위 화살표 누르기)

http://youtu.be/XMbvcp480Y4

러시아의 명 아코디언 연주가 알렉산데르 흐루스테비치( http://hrustevich.com/en )의 '독주 오케스트라'

http://youtu.be/wDGl_rk1qFY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편곡된 악보를 다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lespartitions.info/gratuites/partitions/pdf/albinoni-adagio.pdf

피아노 악보로 나온 것도 있고요.

http://www.scribd.com/doc/6118673/Albinoni-Adagio-in-G-Minor-Piano-Transcription


가락의 많은 부분이 비교적 단순한 순차진행이나 동형반복으로 지속되지만, 별로 지루하지 않고 들을 때마다 맑고 신선하게 들리는 묘미가 있지요. 쓸쓸하거나 애상적이고도, 듣기에 따라 차분하고 정다운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중간 부분에서 오르간이 연주할 동안 현악기 저음군의 두드러진 피치카토/스타카토는 새삼 새 기분을 줍니다. 그런가 하면 후반부 투티(전체합주)의 절정은 절규 같은 강렬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요. 

이 곡은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주로 슬픈 장면에서 쓰이곤 합니다. 2008년 한국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뱈 음악으로도 쓰였네요.  

이 곡은 전형적인 바로크 풍이지만, 가락과 화음 등이 현대인의 정서에 비교적 쉽게 접근해 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은 바로크 인인 알비노니가 아닌, 현대인의 작품이기 때문에 더 그럴 겁니다! 불협화였다가 뒤늦게 협화로 해결되는 선타음(선행음)이나 이음소리 등이 특히 핸델 등에서 자주 발견되는 바로크 풍 흉내를 낸 흔적이 여실하지요. 그러나 사람들 대다수는 알비노니의 작품으로들 알고 있습니다.

음악의 공공연한 또는 본의 아닌 허위랄까..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찬송가나 성가 작품 다수의 배경은 작곡자 미상이거나 자료나 정보 부족 탓에 사실상 오기되는 경우도 잦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자료가 추가되면서 진상이 밝혀지곤 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찬송시 '하늘 가는 밝은 길이'는 오랫동안 소안련 선교사의 작품으로 알려져 왔지만, 19세기 미국 목회자, 잔 호거트 로지어(John Hogart Lozier) 작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했다는 사실이 근래에야 밝혀졌지요[각주:1].
[ 참고로, 로지어는 미국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의 감리교회인 애즈버리 채플의 목회자 겸 인디애나폴리스 복음주의 사역자협회 총무를 지낸 바 있습니다. ]


그러니까 G단조 아다지오의 진짜 작곡가는 알비노니가 아닌, 20세기 사람 레모 지아조토(Remo Giazotto)였습니다. 그런데도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로 오래 알려져 온 까닭은..본래 지아조토가 1958년에 출판한 뒤 한동안, 알비노니의 곡을 그가 '편곡'한 것이라고 추정돼 왔기 때문인데, 1945년에 쓴 자작곡임이 뒤늦게야 밝혀졌지요.

지아조토는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연합군에 의해 폭격 당해 폐허가 된 드레스덴 잨센 지방 도서관 폐허에서 '발견'된 알비노니의 G단조 소나타 제2악장의 콘티누오 단편들을 모아 자신이 적당히 편곡한 것으로 소개를 했는데, 1998년 지아조토가 죽은 뒤 전곡 자작곡으로 판명된 것입니다.

그런 단편이 발견된 적이 없자, 지아조토는 저음 라인만 딴 것이라고 말을 바꿨고, 추후 도서관 도서목록에 그런 문서가 없다는 사실로 자연스럽게 내려진 귀결이지요. 지아조토가 이 곡을 자신의 판권으로 등록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래서 알비노니의 무료 악보 사이트를 뒤져봐야 이 곡은 찾을 수 없습니다^^. http://imslp.org/wiki/Category:Albinoni,_Tomaso_Giovanni)


'아다지오'의 진짜 작곡자, 레모 지아조토(1910-1998)는 이탈리아 음악학자/음악비평가/작곡가로, 알비노니의 체계적인 작품 분류 목록을 만든 바 있고 알비노니나 비발디 등 작곡가들의 전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피렌체 대학교 음악사 교수도 역임했습니다.

1949년엔 RAI방송사(라디오 아우디지오니 아탈리아네)의 실내음악 프로그램 디렉터였고 1966년엔 유럽방송연합을 통해 조직된 같은 방송사의 국제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기도 했습니다. 

지아조토는 아마도 현대인으로서 바로크 풍 곡을 써서 연습용 곡도 아닌 공식 연주용 곡으로 펴 낸다는 것 자체가 학적으로 넌센스라고 생각해서 죽기까지 자작곡임을 밝히길 두려워 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마 마음만 고쳐 먹었다면, 현대 영화음악의 대가가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러나 실제로는 '12음 기법'의 아르놀트 쉔베르크를 비롯한 많은 현대 작곡가들이 대체로 생애 초기에 과거의 온갖 음악 미디엄을 활용해 고전적인 곡을 썼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대를 살면서 그런 곡을 발표한다면, "일관성 결여" 운운 평가를 받기 마련입니다. 하기야 이 곡엔 "참을 수 없게" 통속적인 기분이 드는 부분도 없진 않습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명곡은 명곡이며..이 아다지오도 명곡입니다. 

 
참고로..지아조토 덕분에 수십 년 간 이 곡의 어릿광대 '작곡가'로 이름을 떨쳐온 알비노니(1671-1751)는 베네치아의 바로크 시대 음악가로, 당대엔 왕성한 오페라 작곡가로서 명성을 떨쳤지만 오늘날은 기악작품으로 주로 알려집니다.

그의 생애에 관해선 별로 밝혀진 바 없는데 까닭은 앞서도 밝혔듯 드레스덴 주립 도서관 파괴 때문입니다. 그는 널리 알려진 작품 제3번을 비롯한 초기 작품을 당대의 이탈리아 사제/귀족층들에게 헌정하곤 했습니다.

그는 특히 이탈리아 작곡가로서는 최초로 오보에 협주곡(콘체르토)을 썼고, 최초로 출판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곤 합니다. 그 이전에도 텔레만, 핸델 등 독일 작곡가들이 오보에 협주곡을 썼지만 출판되진 않았습니다.

알비노니의 기악곡은 당대의 대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바흐는 내심 알비노니를 존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페라 작곡가를 존중했다는 것이 다소 의아스럽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여기서는 음악을 누가 썼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듣기에 아름답다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성경 진리 이슈에서는 누가 썼냐도 중요합니다. 성령님이 원 저자이시기 때문이지요.


 

  1. 찬송가 연구가인 오소운 목사가 새로 발견한 사실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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