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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과 검증/컬트&오컬트

캠핑은 어디로 캠핑을?


해럴드 캠핑의 죽음은 모든 시한부종말론자들이 맞는 뻔한 시한부 종말을 대표적으로 보여 주었다.




캠핑은 어디로 캠핑을?


김삼



지난 2013년 12월 15일, 미국 언저리 교계의 한 거물급 인사가 병상 위에서 고독을 씹고 고뇌를 씹으며 씁쓸히 죽어갔다. 마치 정력이 모두 쇠하고 이가 다 빠져서 동물공동체에서 버림 받은 늙디늙은 병신 사자 같은 처량한 모습으로. 


시한부 종말론자 해럴드 캠핑(Harold Camping). 한때 그는 광대한 국제 라디오 방송망을 갖추고 있던 패밀리 레이디오(FR, http://scissurl.com/4/pgu )의 사주였는데, 나름 'FR교' 같은 것을 만들어 추종자들을 요리해 왔던, 사실상 또 하나의 컬트 창교자/교주였다. 

그럼에도, 자칫 지루하고 따분해지기 쉬운 지구역사를 심심찮게 장식하고 갔다는 점에서 퍽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우연히도 그가 간 날짜마저 오컬트 수리학상 [2+1+3=6, 1+2=3, 1+5=6] 곧 636의 꽤 의미있는(?) 숫자였다[우습게도, 636은 KJV의 고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666 대신 '진짜 짐승의 수'로 오해하는 숫자이다(참고: http://scissurl.com/4/pgq ). 더 우습게도, 캠핑은 열렬한 KJV 숭배자였다!].  


캠핑은 나이 90이 넘게 장수를 했으니 조만간의 죽음은 예상되던 바였다. 더 좋게 장수할 수도 있었건만 생각보다 빨리 죽은 것은 자기 꾀에 스스로 속아, 절대 자신만만했던 신적인(??) 자신의 성경연대 계산력과 자기신봉, 자존심 그리고 자산까지 모든 것들이 말라터진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지면서, 회복되지 못할 낙망과 폐색의 일로를 조속히 걸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그와 그의 FR은 순식간에 역사 속에 파묻혀 흘러간 신화 내지 전설이 되고 말았다. 

본디 대다수의 교주들이 다 제 잘 난 맛에 사는 일종의 '신화'를 써 나가곤 하지만, '뻔할 뻔 자'로 예상되던 캠핑의 몰락과 사망은 어찌 보면 반복되는 개그 시리즈의 한 편처럼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세상에 캠핑과 그의 추종자들만큼 어리석은 사람들도 드물 성 싶다. 그래서 더군다나 그가 세계 교계에 끼친 유익보다 폐해가 더 엄청난 것이다.

 

캠핑은 자기 권한에 없는-오직 하나님 권한에 속한(!)-크리스토(그리스도)님의 재림 날짜 포착에 반평생인가를 바쳐오면서 그 '날짜'를 나름대로 짚긴 했으나, 마태복음서 24:36, 행전 1:7, 테살로니카A서(살전) 5:1 등 불과 몇 성구의 평범하면서 자명하고도 핵심적인 진리를 깨닫는 데는 너무도 긴 세월이 걸렸다는 중평이다. 


캠핑이 남긴 상아탑 기념비(?) 같은 교훈: 이미 주어진 기록계시 외에 인간이 결코 종말미래의 때를 알 수 없고, 그런데도 굳이 알려고 막 나가선 안 된다는 진리. 그러나 과거에도 안식일교 초기 사람인 윌리엄 밀러, 여호와의증인들의 촬즈 러슬과 조셒 러더포드 등 역대 교주들이 그래왔듯, 또 다른 '캠핑'이 현재도 지구촌에 있고, 앞으로도 더 생길 우려는 상존한다는 점에서 서글프다.   


캠핑의 문제점은 하고 많다. 그는 옛 사람 오리게네스(오리겐)처럼 성경 전체를 통째로 상징/풍유로서 해석해 버리는가 하면, 상징적 해석가 답지 않게 지구역사, 세상 역사, 지상 종말에 대한 정확한(?) '숫자게임'을 하고 있었다. 한 쪽으로는 뜬 구름 잡듯 애매모호한 '상징' 해석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이 대단한 신적인 과학자인 양, 신의 섭리와 세계사, 성경역사를 한 연도(年度), 한 연도씩 헤아리는 치밀한(??) 숫자계산을 하며 수십 년 헛고생을 한, 천재 같아 보이나 더 할 나위 없는 바보였던 모순된 면모를 고루 보여주었다. 


캠핑은 유사 이전 초고대로부터 역사의 숫자를 정확하게 산정하는 세계 유일한 성경의 최고 해석가, 권위자로 오래 스스로 착각하며 살아왔다. FR 직원 등 그의 추종자들도 그의 이 신통방통(神通龐統)한 해석력(?)을 굳게 믿었단다. 그런 자신감과 신념으로 똘똘 뭉친 그는 국제적인 FR 방송망을 통해 하루 두 번씩 뿌려지는 소위 '오픈포럼'(OF)을 통해 전세계의 수많은 신자들을 사실상 기롱해 왔다. 물론 스스로 자신의 해석과 말을 믿었다는 점에서 충실했는지 모르지만. 자신도 인간임을 말로는 인정하면서 오류투성이의 불완전한 인간임을 시인하지 않고 살았기 때문이다.   

오픈포럼은 캠핑 자신이 이끌면서 청취자가 질문을 해 오면 거기 답변을 해 주는 형식인데, 언제나 자신의 나름 성경해석이 모든 물음에 대한 유일한 '답변'이고 최종 해석이었고 최종 권위였다. 물론 무슨 단체의 주인이 되고 명사가 되면 누구나 그러기 마련이지만, 문제는 그의 성경해석이란 게 엄청난 비진리의 폭탄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픈포럼은 마치 비진리의 판도라 상자 같은 것이었다. 


그는 OF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기성교회에서 탈퇴시켜 자기 추종자를 만들어왔다. 실상 그의 시한부종말론보다는 그것-교회와해/파괴공작-이 더 큰 문제였다. 수많은 청취자들이 "교회시대가 이미 끝났다", "현대교회는 모두 마귀의 수하에 있다"는 그의 '나름 주장'만 굳게 믿고, 다니던 정든 교회를 이탈하여 FR교로 속속 전입해 들어와 헌금과 가산과 제 정신을 갖다 바치는 등 그의 노예들이 되어왔고. 그 점에서는 한국의 '신천지교'와 대동소이했다. 



보수적인 옛 CRC(기독개혁교단) 장로 출신으로 극단적인 칼뱅주의자였던 캠핑은 90대 구세대답게 모든 면에서 경직된 사람이었다. 그는 방송에서도 (국제 판권이 없는 셈인) 제임즈왕(KJV) 성경만을 사용했고, 현대 복음성가나 경배찬양 등은 전혀 쓰지 않고 케케묵은 옛날 교회음악만 고집했다. FR은 기성교회 찬송가를 적당히 첨삭 배합한 자기네 찬송가를 따로 만들었다. 그런데도 목록 대부분은 기성교회가 써 온 기존 찬송가를 썼다는 점에서는 자신이 외친 '교회시대 종말론'을 스스로 배신한(!) 셈이다. 

그래서 FR의 음악 프로그램은 고전적인 미국 중심 교회음악을 선호하는 구세대에게 상찬을 받곤 했다. 즉 캠핑은 음악 면에서 젊은 세대를 완전히 무시하고 배제한 사람이었다. FR 청취자 대다수는 구세대와 그들에게 절대복종하는 신세대에 국한돼 있었다. FR 방송에 귀를 기울이던 나머지는 모두 비평가들이었다. 


캠핑은 또 철저한 절대주권론자로서, "하나님 밖에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인간절대 무력무지(無力無知)론을 주장했다. "아무도 자신이나 남이 구원 받았는지 여부를 모른다"는 불가지론자였다. 자신은 철저히 인간적이고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엿장수 식 날짜 숫자 게임으로 성경을 이리저리 요리해 먹고 그걸 '복음'과 '진리'라고 마구 팔아먹으면서, 구원의 확신이나 거듭남의 날짜 등은 절대로 인간 개인이 모르고 하나님만 아시는 신비로 매도했다. 즉 자신은 자기 주권으로 모든 짓을 자기 맘대로 저지르면서, 남에겐 하나님 '절대주권론'을 펼친 것이다. 그 점에서 완전히 모순된 사람이었다.


기존 '개혁주의자'들처럼 철두철미한 종식론자/중단론자(cessationist)였던 캠핑은 신유나 현대의 이적 따위를 whatsoever(!) 전혀 믿지 않고 그 모두를 싸탄의 거짓 공작으로 밀어 붙였다. 즉 성령님의 역사를 포함한 현대의 모든 초자연적인 것은 100% 싸탄의 것으로 굳게 믿었던 역설적인 자기 신념자/신봉자였다. 게다가 종식론을 하다하다 급기야는 이미 교회시대가 '끝났다'는 교회종식론까지 덧보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런 캠핑의 절대모순은.. 바로 천사도, 인자(人子 즉 예수님)도 모르고 오직 아버님만 아시는 분야라는, '때와 시기'의 가장 기본적인 성경진리의 ABC조차 '개떡' 같이 여겨 믿지도 않고 터무니 없는 시한부 종말을 주장하면서도, 자신이 최종적인 성경해석의 신적 권위자인 양 굳게 믿고(?) 행세하고도, '교회시대 종식' 아래 처한 다른 사역자나 지도자들의 신앙은 몽땅 철저히 비진리로 매도하고 배제했다는 점이다. 



캠핑은 자기절대적인 연대계산력에 의거하여 지난 1990년대에도 94년 9월 6일 '지상종말'설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가 꼴보기 좋게 불발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2000년대에도 재탕해 먹었다. 즉 2011년 5월 21일에 '휴거'가 일어난다고 짐짓 경고를 한 것이다. 그의 교회시대 종말론을 굳게 신봉한 추종자들의 헌금 등을 모은 수천만 달러로 미국 전역에 5000여 개의 주요 도로변 대형 입간판 공간들과 20대 트렄을 임차해 '심판의 날'(Judgement Day) 광고를 요란뻑적지근하게 했다. 



              특정날짜를 '심판날'이라고 홍보하는 캠핑의 추종자들


그런데 역사는 캠핑의 준엄한 '심판날' 경고를 경고답게 심각하게 못 들었는지, 아니면 한 눈을 잠시 살짝 감고 있었는지, 아뿔싸 5월 21일을 무심코 넘기고 말았다. FR교도들이 캠핑과 FR본부에 거대한 물음표와 의아스런 눈길을 던져온 것은 '당근'이었다. 그러나 캠핑의 절대적이고 신적인(?) 연대산정 상아탑이 어디 그렇게 쉽게 자빠지겠는가..부랴부랴 심기일전하고 주변을 수습하여 종말 날짜를 급수정하고 다시 5개월 후의 '심판날' 설을 굳게 재예약하고 또다시 뿌려댔다. 이왕 할 바에야 가 보는 껏 가 보자는 심산이었을까, 아니면 "이럴 수가, 이럴 리가 없는데.." 하고 끝까지 자신의 숫자계산력을 절대신봉한 것일까. 그 점에서 그는 자신에게 충실하고 충성된 일꾼이었다.    


하지만 그가 나름 숫자를 '중생'시켜 새로 다잡은 이 연기 날짜까지도 캠핑을 배신해 버리자, 충격 탓인지 실족/낙상하여 끙끙 앓으면서, 결국 자신의 종말론이 완전 '웃기는 짬뽕'임을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고 한다. 뒤늦게나마 깨달은 게 천만다행이라기보다 너무나도 결말이 뻔한 (밀러, 러슬, 러더포드 등) 시한부 종말론자들의 전철을 되밟은 것이다. 그 점에서 FR과 캠핑은 비슷한 아류인 다미교의 이장림보다 한참 뒤늦게 깨달은-물론 이장림이 제대로 철저히 깨달았는지 여부는 아직도 미지수(?)이지만-후배인 셈이다. 

캠핑과 FR 일당들이 2011년 지상종말 신앙에 너무나 자신만만한 나머지 거금을 들여 곳곳의 입간판 공간을 사다가 '심판날'과 '휴거' 라는 종말광고를 뿌렸다는 점도 이장림의 다미 휴거불발 사건과 거의 에누리없이 방불한데, 양자가 서로 한 수씩 배웠는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 



세계적인 라디오방송망을 통해 수천만을 속인 해럴드가 죽은 뒤 어디로 '캠핑'을 떠났는 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겠지만, 죽기 얼마 전까지 평생 수많은 사람들을 거짓과 비진리로 이끈 그가 설마 가장 순결하고 가장 거룩하고 가장 아름다운 천국으로 캠핑을 갔겠는가? 아무래도 그 반대이지 않을까. 다니엘서 12'3과는 달리 비진리를 뻔뻔하게 널리 보급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 대가를 치를 것 같다. 

다만 영원히 고통스럽고 저주스러운 곳 아랫목에다 딴 교주들과 함께 단순 캠핑이 아닌 영원한 보금자리(?)를 펴고 살림살이(?)를 차리고 있지 않다면 불행 중 다행일 것이다.



밀러의 '대환멸사건'을 닮은 캠핑 예언 최후 불발사건의 FR 교도들과 OF 교도들은 안식일교를 차린 밀러주의자들처럼 또 다른 교파를 차릴 것인가, 아니면 환멸을 환멸답게 끝내고 과연 개과천선하여 백의종군할 것인가? 

캠핑을 닮아 또 다른 '종말' 캠퍼, '휴거' 캠퍼들이 되지 말기를 바란다. 물론 우리 누구나 주님의 재림과 휴거를 흠모하지만, 시한부 종말은 아니올시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