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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의 연구묵상/삶맛에세이(김삼)

큐레이터 예수와 믿음 박물관

- 히브리서 11장의 믿음 조각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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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   
 
오래 전 식구들이 휴가 때 함께 제작한 조각그림 작품(퍼즐)이 여럿 있다. 수 천 개 퍼즐 조각을 일단 맞춘 후 아예 바탕보드에다 풀로 붙여 벽걸이용으로 만든 것들. 그런데 벽에 오래 걸어 뒀더니 받침종이가 이리저리 휘고 뒤틀릴 통에 퍼즐 조각 일부가 떨어져 나가곤 한다. 그럴 때면 어린 막내가 풀로 붙여 완벽하게 고치곤 했다. 그 모습이 장하여 "야, 넌 큐레이터다!" 하고 칭찬해줬다.
 
막내의 수선 작업을 지켜보다가 문득 크리스토는 우리의 큐레이터 같으신 분이란 단상이 떠올랐다. 주님이 우리 믿음의 박물관 관장/디렉터시라는 뜻이다. '믿음박물관'이 뭐냐고 묻는다면 히브리서 11장으로 가 보라고 대답하련다.

각 박물관/미술관/작품전 등엔 담당 큐레이터가 있다. 전시 작품들의 고증/연구/관리/보존/복원/수리/전시/홍보/판매 등 다양한 책임을 맡은 사람이다. 미 연방정부나 각 주, 시정부 공립 박물관/미술관 등엔 각각 큐레이터 오피스(curator's office, The Office of Curator)가 있다. 댄 브라운의 추리소설 '다빈치 코드' 앞 부분엔 파리 미술관 큐레이터가 숨져 가며 몸으로 다빈치 그림의 '비밀코드'를 그려낸다.
이처럼 큐레이터는 전시/소장된 모든 작품의 배경을 아는 사람이다.
 
예수 크리스토는 우리 믿음의 창시자, 완성자이시다. 히브리서 11장은 믿음의 선진들의 생애가 작품으로 보존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오실 그 분을 바라보고, 또 오신 그 분을 곁에서, 또는 오셨던 분을 멀리서 바라보고 믿는 모든 이들의 믿음 박물관을 주님이 손수 관리 보존하신다.

여담이지만, 영화 '반지의 제왕' 제1편에서 이실두어/아나리온 형제의 거대한 석상 '아고낱'(Argonath)이 강변 양 쪽을 지키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고대 역사를 증언하는 옛 선조의 기념비다. 물론 소설 속 허구다.

믿음박물관엔 몸은 죽었으나 믿음으로 증언하며 부활을 기다리는 신앙 선조들의 살아 있는 '조각상'들이 즐비하게 나란히 보존돼있다. 결코 시체 공시소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곳곳엔 옛 역사를 추억하고 기리며 후대에게 교훈하는 왝스 박물관들이 있다. 밀랍인형의 몸으로 제한된 공간 안에서 자신과 주변의 역사를 증언하는 조각인간들. 거의 실물 같은 느낌을 준다. 단순한 구경거리 같지만 역사를 돌아 보고 보듬는, 숨은 힘의 일부인 것이다.
 
그런데 예전엔 퍽 존경스럽던 미국 초기사와 애국 위인들을 연구해 보다가 적지 아니 실망한다. 예를 들면 '정직한 조지'(Honest George)로 불리곤 하는 초대 대통령 워싱턴은 비밀결사집단 회원인 프리메이슨이었다. 그것도 그냥 회원이 아닌 지부장이었다!
프리메이슨이 뭔지 지식사전에서 찾아보면 대강 알 테지만 결코 영예로운 존재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싸탄을 동시에 섬긴 사나이들이다. 하위급 메이슨들은 이런 배후를 잘 모른다. 고단자로 올라갈수록 메이슨리의 종교적 배경이 나타난다.

결국 '정직한 조지'가 아니라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인간 조지'였던 것이다. 메이슨들의 삶이 그렇다. 그런 대통령, 정치인들, 사회인사가 한 둘이 아니다. 그래서 그 "누르팅팅"한 왁스 모형 중 다수는 이젠 더 소중하고 자랑스런 역사의 증인이 아닌, 썩어 악취 나는 시신 모형들로 보인다.
 
반면 히브리서 11장 믿음 박물관에 '진열'된 신앙 위인들은 하나님이 인정하신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조각상'들은 물론 하나님이 내신 재료로 제작됐지만 선조들 자신의 믿음으로 스스로 새긴 자아상들로서 성령께서 다듬어주신 것이다. "내게 힘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산 고백이 그들이 입 모아 하는 외침이다. 
 
그들은 서서 고요히 지켜 보는 것 같지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라는 공동 미디어를 통해 각 자 믿음을 증언하고 있다. 사실 이들 대다수는 성경이라는 언론의 '기자' 출신이다. 성령님의 증언 작업에 직접 몸과 맘, 영으로 뛰며 동참한 것이다. 
 
히브리서 11장에 이름이 직접 나열된 믿음의 '조각상'들은 비교적 적은 수이지만, 사실 믿음의 옛 사람들은 이루 다 헤아리거나 기록할 수 없다. 구름처럼 빽빽하다. 초기의 선진들은 히브리인들이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국적을 초월하게 됐다. 이 거대한 초자연적, 초국적 믿음 박물관을 주님이 관할하고 계신다!
 
큐레이터들은 미술관/박물관에 잘 정돈된 전시 작품들을 자신의 재산과 몸처럼 아끼고 돌본다.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널리 알려진 명작 원본들은 거액의 손배보험에 들어있어 혹 약간이라도 작품에 손상이 가면 연구와 고증, 의논을 거쳐 필요할 경우 권위 있는 해계의 전문가를 동원해 감쪽 같이 복원시켜 놔야 한다. 더욱이 원작에 손을 댔다는 역사적 증거를 남겨야 한다. 행여 도난 당해 사라질 경우는 비밀경찰 등을 통해 몇 년이고 두루 찾아야 한다. 그래도 못 찾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러나 믿음박물관의 작품들은 싸탄에게라도 도둑 맞을 염려가 없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지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 같은 곳은 전 세계의 총애와 주목을 받아 온 중세 르네상스 명장들의 작품을 보관, 전시한 곳이다. 그보다 훨씬 더 크고 콜렉션도 많은 루브르 박물관(musee du Louvre)도 대동소이하다. 고가의 옛 작품들이 오랜 세월 관광객들의 손때와 기온, 습도, 공해 등으로 지나치게 퇴색하거나 파손되면 장기간의 고증과 연구를 거쳐 밀실에서 복구한다.
 
주님은 전능하신 큐레이터다!
하나님의 형상을 심으로 박아 넣은 우리 각자의 고유한 믿음 작품에 행여 손상이 가더라도 아름답고 완벽하게 복원시키신다. 본래는 하나님의 형상이 죄로 말미암아, 사탄과 죄의 공해로 공격받아 퇴색, 변질되고 뒤틀린 모습이었지만 성령의 힘으로 복구해 놓으신다. 우리 모습이 때로는 흩어져 이리저리 삶의 편린들로 널려진 퍼즐 조각 같았지만 하나 하나 주워 모아 온전한 하나로 끼어 맞추신다.
 
믿음 박물관 속의 조각상들은 하나님의 아름다운 작품들로 영원히 살아있어 증거한다. 거기 비하면 오늘도 예수 없이 세상의 침대나 무덤 속에 누워 자빠진 사람들은 영/혼/육이 아울러 죽어 시커멓게 변색된 시신들이다. 한마디로 이 세상은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여도 통째로 벽을 회칠한 시체공시소에 불과하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그런 식으로 야비하게 말하면 안되지! 할 텐가? 너무하다 싶은가? 그렇다면 우리의 큐레이터, 예수님께 돌아오라! 죄로 인해 탈색되고 변질된 그대의 이미지를 그분의 보혈 '물감'으로 복원 받아라. 새롭게 거듭나 믿음으로 완성한 작품이 되라. 마귀에게 속아 흩어지고 잃어버렸던 시간과 삶의 소중한 생명조각들이 고스란히 되모아져 온전히 새로워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