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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리뷰

토리노 수의, 왜 성의(聖衣)일 수 없나?





소위 '토리노 수의(壽衣)'(일명 '튜린의 성의', '수다리아 크리스티') 얘기가 근래 다시 열기를 받고 있다.
교황 식스투스 4세는 1471년 이 수의가 예수 크리스토의 "진짜 수의"라고 선언한 바 있다. 가장 최근인 4월 9일, 바티칸의 한 여성 대변인은 이 수의가 중세 성전기사단(KT)에 의해 숭배됐음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이 기사단원들이 '수염 달린 대상'을 섬긴다고 화형 당한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라며 오랜 의문이 풀렸다고 자판했다.

그러나 KT는 '바포멭'이라는 괴이한 수염 달린 우상을 섬긴다는 얘기는 퍽 고래로부터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에도 그랬다. 그러니까, 바티칸의 발표는 [바포멭=수의의 주인공] 등식을 뜻함인가? 참고로 KT는 프리메이슨들의 한 뿌리이며, 소위 '크리스천-메이슨'들은 KT급에 속해 있다. 

이에 관해 회자되는 또 다른 논의는..이 수의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자끄 드몰레이라는 것. 메이슨 학자인 크리스토퍼 나잍과 라벝 로머스 두 사람의 주장이다. 드몰레이는 KT 최후의 단장으로 프랑스 국왕 필맆 4세와 클레멘트 5세가 담합해 KT를 해체시킨 뒤 1314년 화형됐다는 불운의 사나이다.

드몰레이의 명성은 전체 KT와 함께 마치 순교자처럼 메이슨들로부터 떠 받들려, 예비 메이슨들인 청소년단 '드몰레이'의 이름으로 자리 매김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드몰레이 출신이란 역사적 진실은 퍽 널리 알려져 있다. 아울러 빌리 그래엄 목사가 드몰레이단을 치하하고 적극 장려한 흔적도 웹에서 발견된다.

그런데 당시 화형을 맡은 심문관 기욤 드노가레가 예수의 십자가형을 패러디하면서 사형수의 머리 위로 천을 뒤집어 씌운 것이 이 영상이 됐다는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이 '수의'에 관한 가장 중대한 의문은..과연 예수님의 진짜 성 수의였겠냐이다. 1.9x4.4m 너비의 이 직조물 위에 나타난 그래픽 하나를 갖고 대단한 미스테리 추적 같은 담론과 사상 최다의 과학실험까지 반복돼 왔다.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들여가며. 차라리 그 돈을 좀 더 유익한 곳에다 썼다면 더 나았을 법 하다.


성경의 답변: "아니올시다"

복잡한 진/위 논란을 벌일 필요도 없이, 토리노 수의는 결코 예수님의 성의일 수가 없다는 게 성경의 확답이다(요한복음서 20:6,7)! 성경이 말하는 당대의 수의란, 예수님이 "(싸맨 것을) 풀어 주어 걸어 다니게 하오"라고 말하셨던 라자로의 수의(요복 11:43,44)와 똑 같은 싸개천/wrapper 형태였다. 예수님의 것이라고 특별히 시대를 초월하는 딴 모양일 수가 없었다.

좀 더 설명하면, 성경이 말하는 예수님의 진짜 수의는, 미이라에 입히던 고대의 미쯔라임(에짚트) 수의처럼 방취/방부/방충용 향품과 몰약 등 막대한 분량의 향품을 넣어 가며 둘둘 말게 돼 있는 길고 좁은 두루말이/리본형 아마포였고, 머리는 따로 작은 두건으로 쌌다.

신약 성경엔 '토리노 수의' 형태의 것이 사용됐다거나 추후 보관됐다는 언급이 전혀 없다. 굳이 토리노 수의가 예수님의 것과 비슷이라도 하려면, 주님이 숨지신 뒤 싸맨 수의가 아니라 처형 당시 십자가 아래서 로마 군병이 주사위를 던져 차지한 주님의 통옷 모양과 더 방불하다고 해야 맞다. 

더욱이 결정적인 단서는, 토리노 수의엔 기본적으로 고대 수의가 반드시 갖춰야 할 향품/몰약 흔적이라곤 전혀 없다는 게 과학실험 결과다! 반면, 아리마테 요셒과 니코데모는 분명히 예수님의 수의를 엄청난 양의 향품을 군데군데 겹겹이 삽입해 가며 말아 쌌을 터이다(참고: 요복 19:39,40).   

또 토리노 수의엔 선혈이 (현재진행행으로) 흐르는 자국이 있다. 그러나 요셒/니코데모는 주님의 전신을 정성껏 물로 씻어 닦아 냈다. 모든 혈흔을 지웠다는 말이다. 이것만 봐도 토리노 수의는 "나는 틀림 없는 가짜입니다"라고 자증하고 있다. 만들어도 정말 그럴 듯 하게 만들면 모를까, 모조품 제작자들은 성경에 너무 무식했다.

스페인 오비에도에 보관된 '수다림'(터번식 두건)이 예수님의 시신의 머리에 씌웠던 것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오비에도 수다림이 토리노 수의와 여러 모로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데..그렇다면 더더구나 위와 같은 이유에서 수다림도 진품일 수가 없다.  
이에 관한 상론은 추후로 미룬다. 


상식적으로 지적돼 온 문제점

그밖에도 이 수의는 다음과 같은 상식적인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 정도면 독자도 쉽게 진위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1. 체구가 거인형이다(앞쪽은 2m 32cm, 뒤쪽은 2m 37cm. 사이즈가 서로 다르다!).
2. 정수리 부분은 생략됐다.
3. 앞/뒷면 머리의 크기가 서로 다르다. 뒷 머리가 앞 머리보다 넓다.
4. 머리가 체구에 비해 작고 위로 분리된 듯 보인다(별도 영상 추가 가능).
5. 얼굴이 지나치게 얇다(이마와 얼굴의 양 옆면의 앞쪽이 매우 짧다.) 두 귀가 없다!
6. 코에 엷은 동그라미 부위가 있다 (중세형 카메라 렌즈 초점 효과?)
7. 누운 시신의 장발이 머리 뒤쪽으로 흘러 내리지 않고 일정하게 평행수직선 방향이다.
8. 오른팔/손이 너무 길다. (손가락 영상이 중복돼 찍혔다)
9. 아래 속곳이 없는 대신 두 손으로 샅을 가렸다. 전신의 직사각 형성을 위한 고의적인 자세로 보인다('부활 순간' 형상이 아님!).
10. 장시간 고문 당했다기엔 너무 평온한 얼굴 표정.
11. 전체가 정상적인 체형이라기엔 퍽 불균형적이다.
12. 컴퓨터 시뮬레이션 제작 영상에 따른 주인공의 '어릴 적' 모습은 중동인이 아닌 백인이다.


중세의 '모조품 산업'

그게 아니더라도, 성경에 따라 이미 "아니올시다"로 자동 감별돼 버린 걸 갖고 계속 입씨름 해 봐야 눈 가리고 아웅 격 소위에 불과하다. 토리노 수의의 진위 논란에서 더 중요한 명제는 성령의 영감으로 쓰인 두 세 증인/기자들의 객관적 기술(記述)인 성경의 증거를 과학실험보다 더 중시하냐이다. 

그런데도 지난 몇 세기 동안 골치 아프게 이 담론이 지속돼 온 것은 카톨맄의 어젠다 탓이다. 안 그래도 카톨맄은 바티칸 박물관에 보존된 수많은 유물처럼, 숱한 유골과 유품에다 의미성과 '성'자를 붙여가며 전시함으로써 마치 자기네 제도교회가 가장 정격 교회로서의 역사적 확증을 지닌 양 행세해 왔다.

더욱이 당대 교계와 사회는 '모조 유품 산업'으로 악명이 높았다. '성 수의'는 그 일부분일 뿐이다. 널리 알려진 숫자로만 적어도 40여 장의 '성 수의'가 서로 경쟁을 했다. 그러던 1494년 성 금요일, 토리노 수의가 갑자기 출현해 다른 경쟁 수의들을 짓눌러 버린 것.  

한편 핔닡/프린스 두 필자는 14-15세기 사이에 존재했던 '리레이 수의'와 현재의 토리노 수의가 동일품이 아니란 것부터 강조한다. 더구나 니콜러스 앨런의 조사에 의하면, 리레이/샹베리/토리노 수의는 1350년 이전에 존재했던 원시적 영상술에 의해 제작됐을 법도 하다. 실제로 수년전 비슷한 원시적 영상기법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중세 프랑스의 트로이에 대주교였던 피에르 다르시스 는 1389년, 당시 이 수의의 소장자였던 잔 드 베르지, 조프루와 드샤르니 2세(드몰레이와 함께 화형 당한 노르망디 단장 조프리 드샤르니의 조카인 조프루와 드샤르니의 아내와 아들)가 리레이 성당에서의 수의 전시회를 열지 못하게 금지령을 내려 달라는 '메모란둠'을 반교황 클레멘트 7세에게 올린 바 있다. 이 전시회의 기념 배지가 1855년 센 강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다르시스는 이 수의가 경건 대상이 아니고 순례자들을 "호린다"며 선임자인 앙리 드푸와티에 대주교 때 이미 약35년간 단죄받아 왔다고 이유를 밝혔다. [숨겨진 내적 동기는 트로이에 '성묘'로부터 순례자들과 헌금을 앗아가기 때문이었다.] 다르시스는 이 서한에서 리레이 수의가 모조품임을 경험 있는 당대 미술가가 폭로했다고 밝혔다.


다빈치의 영상작품?

흥미롭게도 일각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사진술 장난이었다는 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린 핔닡과 클라이브 프린스의 연구에 따르면, 이 영상은 다빈치가 1492년에 사진기법으로 만들어 낸 것이란다. "잉? 당대에 뭔 사진?" 할지 몰라도 비행기구까지 창안한 예술가이자 천재적인 과학자였던 다빈치가 사진기 원리 정도쯤은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다양한 과학기구 상상도를 스케치한 그는 '오쿨루스 아르티피치알리스'(인공 눈)도 고안해 그렸다.

바깥 풍경이 작은 구멍을 통과해 암실 벽에다 실사의 역상(逆像)을 빚어내는 현상은 이미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 때(또는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고 로마 시대 때 이미 다양한 유리제품 등 광선에 반응하는 물체들이 있어서 이런 연구는 가능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연금술사들/예술가들의 과제는 모종의 물체를 사용해 이미지를 화면에다 고정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실험이 여러 세기 동안 계속돼 오다가 근대에 와서야 실용적인 사진술이 된 것이다.

그러나 리레이 수의에 대한 묘사는 현재의 토리노 수의와 다르므로 핔닡, 프린스는 토리노 수의의 현재 형상은 사진술이 좀 더 발달한 후기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핔닡/프린스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많다.

한편 케닡 험프리의 연구에 의한 유력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다빈치는 사보이 공작의 사위였던 줄리아노 데 메디치 등 여러 부유한 문예부흥 후원자들을 섬겼다. 훗날 이탈리아 왕족이 된 사보이 가문은 1453년경 프랑스의 귀족가문인 드샤르니 가로부터 '토리노 수의'와는 다른 초판 '성 수의'를 구입했다. 

오래 전 한 지역 주교는 이 수의가 순진한 순례자들을 속이기 위한 모조품이라고 단죄했다가 교황으로부터 "잠자코 입 다물라"는 지령을 받았다. 그후 메디치 가의 로렌조와 친근하던 교황 인노켄트 8세(마녀사냥의 장본인)는 사보이 가와 결탁, 다빈치에게 "더 나은 수의" 제작을 명했다.

동성애자인 것은 둘째 치고 채식주의만으로도 화형감이었던 다빈치는 명령에 순종할 밖에 선택의 여지란 게 없었다. 2년간의 숱한 실험 끝에 드디어 '성 수의'가 탄생했다. 그러나 결과로 나타난 양화(陽畵)로는 실망스러워, 대가를 못 받았다. 따라서 현재 영상은 후대에 다시 손질된 것으로 보인다.     

다빈치 제작설의 한 가지 문제점은 연대가 최소 10여년 내지 수십 년 차가 나서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니컬러스 앨런은 다빈치 제작설을 부정한다. 분명한 것은 다빈치가 충분히 그럴 만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현대 실험의 맹점

토리노 수의에선 1973년 당시 ('성지'에서 발견된다는) 꽃가루가 발견됐다. 더욱이 십자군들은 이스라엘에서 다량의 그런 직조물을 가져 왔다는 사실을 볼 때 별로 중요한 발견이 아니다.
그후 1988년, 3개의 다른 실험실에서 실시한 탄소연대측정실험에서 모두 이 직물이 1260년으로부터 1390년사이의 것이라는 같은 판정을 내렸다. 당시 바티칸 측은 이 수의가 진품일 수가 없다고 시인했었다. 

그러나 지난 해 8월말 미국 물리학자 잔 쟄슨 교수(콜로라도대)는 88년 실험 당시 일산화탄소 수치가 너무 높아서 1300년은 족히 "걸러 버렸다"며 훨씬 고대의 것이라고 반론을 펴고 나섰다. 이에 따라 옥스퍼드 대학교가 쟄슨의 의지에 동의, 실험에 들어갔다.
토리노 수의 관리팀 대변인인 몬시뇰 주제페 기베르티는 수의가 다시 공개되는 오는 2010년까지는 새 실험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까지는 "언터처블"이라는 것.

또한 연전에 당시 실험대상 샘플이, 과거 샹베리 성당 화재 때 불에 그을린 흔적을 수선하느라 덧깁기한 천조각 부분이었을지 모른다는 추정 아래 "진짜 성 수의"라고 우기는 주장이 뒤늦게 나오기도 했다. 대뜸 이는 한 가지 의문은 과학자란 사람들이 이 아마포가 과연 주후 1세기 경의 것인지, 중세 것인지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냐는 것이다. 그런 '과학'으로 어떻게 진위를 판별하겠는가?

윌리엄 미챔이라는 사람은 1988년 탄소실험을 통해 "기독교의 가장 소중한 유품"이 오판됐다는 내용의 '토리노 수의의 강간'이라는 어이없는 제목의 책을 내 놓기도 했다. 차라리 그래서 카톨맄 교회가 '지상유일의 진리'라고 우기는 편이 더 솔직한 쪽일 것이다.  

끝 없는 진/위 논란이 번복돼온 것은, 성경 중심적 정신은 고사하고라도, 참 과학 정신보다는 모종의 배후 세력들에 의해 압력과 조종을 받아 진땀 흘려 가며 실험이란 것을 되풀이 하는 꼭두각시들이 더 많은 탓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성경은 토리노 수의가 결코 성 수의일 수가 없다는 진리에 관하여 이미 확답을 하고 있는데도, 어떻게 하면 우겨서라도 진짜 유품으로 만들어 흠숭/순례 대상으로 써 먹을 수 있을까 라는 피땀 나는 노력이 더 돋보인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카톨맄 교회는 본래부터 말씀과 참 믿음보다는 흠숭 등의 행위와 눈에 보이는 성품/유품/'성상'/이콘들, 눈에 보이는 '성모 발현' 등의 '이적'에게 더 신경을 쓴다. 그런 감각적/시각적인 것들을 섬기는 교회를 참 교회라 하기 어렵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확증이다(히브리서 11:1b).

안 그래도 천주교나 정교회엔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의 수많은 '유품'들이 있으며 '포브스'지에 의하면, 십자가 나무조각, 십자가를 "건드렸던" 대못 등 다양한 유품들이 거액을 노리는 매물로도 나와 있는 실정이다.

성경 말씀 외엔 우리의 믿음의 대상도, 믿음을 북돋아 줄 수단도 아니다. 눈에 뵈는 대상에다 우리 믿음을 걸 것이 아니다. 설령 이 수의가 위품 아닌 진품이라 해도 주님 자신 외엔 우리의 '흠숭'이나 보존 대상이 아니다. 설령 '성지'라는 예루샬렘 한 가운데서 주님의 진짜 피 흔적이 묻었을지 모르는 어떤 유품이 내 눈 앞에 제시된대도, 한 눈도 까딱 않고 지금 내 속에 계신 주님, 하늘에 계신 그 분만으로 만족하련다.

하늘 아닌 세상에 속한 카톨맄 교회는 돈 많고 물품이 많고 물욕과 욕심도 많아 자신들의 정격성 입증을 위해 세상의 지지를 얻으려 하고, '순례자'들을 상대로 이런 여유를 부리지 않나 싶다.

진짜 순례자들은 하늘을 향해 살아간다.


"우리는 압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것, 온 세상은 악한 자 안에 (속해) 있음을." (요한서신서A=요일 5:19) 



관련 글: 목적 있는 보물 - 토리노 수의

http://truthnlove.tistory.com/entry/목적-있는-보물-토리노-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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