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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연구

무천년설은 왜 어불성설인가?

무천년설은 왜 어불성설인가?



김삼



성경 요한계시록 20장 1~7절에 나오는 '천년'(the Millenium)에 관하여 널리 알려진 세 가지 학설이 있다. 소위 전천년/후천년/무천년이다. 예수님의 재림이 있고 나서 천년 평화통치가 있으리라는 전천년설(Premillennialism)은 가장 포퓰러한 설이며, 후천년설(Postmillennialism)은 반대로 천년통치가 먼저 있은 후 재림이 있으리라는 설로 가장 설득력이 덜한 쪽이다. 


이도 저도 아닌 '무천년'(Amillenialism)은 다수의 개혁가들이 주장해왔고 현재도 다수의 개혁주의자들에 의해 채택돼온 학설이다. 하지만 모든 개혁주의자들이 다 무천년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개혁주의자들이라고 해서 서로간에 천년설이 다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무천년은 한 마디로 요한계시록 20장의 '천년' 기간은 시간적인 실제의 1000년이 아니라, 그동안 예수님이 계속 다스려 왔으며 따라서 현재까지의 교회사 속에 천년이 '녹아 있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이다. 즉 계시록이 명시한 '1000'이란 수적 개념은 거의 무의미하다는 말과도 같다. 숫자야 천년이든 오천년이든 만년이든 십만년이든 별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이 무천년설은 몇 가지 중대한 의문점을 지닌다. 



먼저, 과연 사도 요한이 6회나 거듭 언급한(20'2,3,4,5,6,7) '천년'이라는 숫자 개념이 거의 무의미하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는 단순한 물음이다. 바꿔 말하면, 그 천년이 실제 햇수로의 천년이 아니라는 단서가 무엇이며, 역으로 만약 천년이 숫자상으로 실제 햇수인 1000년간이라면 어떻게 되는가? 이 학설을 진리인 양 굳게 믿었던 무천년설 신봉자들의 사람들의 환멸감(?)은 또 어떻게 되고? 어차피 전/무/후천년 중 하나일 테니까 그때까지 그냥 밀고 가 보는 것이고, 따라서 별 상관이 없는 것인가? 숫자이든 개념이든 어떻게든 '천년'만 이뤄지면 그만인가? 

사실 무천년설에서의 천년은 주장자들의 말대로 이미 절반 이상이 지금까지의 역사 속에 이뤄져온 셈일 테니, 어떤 의미에서는 별로 더 이뤄질 것도 없다. 


혹자들은 숫자적 1000년의 무의미성을 '입증'하려고 "주님께는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다"(페트로B서=벧후 3'8)는 성구를 들이대곤 한다. 과연 이 성구가 주님의 천년 통치에 적용되는 것인가? 그래서..주님의 천년통치가 밤낮 딱 하루만의 통치기라면, 그야말로 하루살이처럼 짧고 무상한(?) 것이 아닌가! 오히려 이 성구는 인간으로서는 장구한 세월이지만 하나님께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비유가 아닐까. 주님의 평화통치가 단 하루의 길이처럼 단명하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또, 무천년설의 인상처럼 주님의 천년통치가 세계사 또는 교회사 속에 "녹아" 있거나 "흐르고" 있다면, 예수 크리스토님의 지상생애 이후 현재까지의 이천년은 뭐고, 요한계시록의 천년은 또 뭐냐는 숫자적 상충의 의문이 인다. 전자는 분명 두(2) 밀레니엄이고 후자는 한 밀레니엄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서력기원에 따르면, 현재 셋째 밀레니엄을 갓 살기 시작했다! 2000년과 1000은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인가? 전자는 후자를 둘로 곱했거나 배로 불린 것인가, 아니면 전자를 둘로 나눈 게 후자인 셈인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 번째 밀레니엄은 어떻게 된 것인가?  

그냥 흘러온 세월이니 숫자로야 어떻든 상관 없는 것인가? 또 성경이 말하는 천년이 단순히 추상적인 것에 불과하다면, 성경의 나머지 숫자들은 어디까지가 추상적이고 어디까지가 실제적인가? 개혁파의 성경 숫자 풀이 원리는 무엇인가? 막연하고 모호하다. 

여기에 대해 무천년론자들은 이렇다 할 설명을 거의 해 주지 않고 있다.



크게 둘째로, 과연 천년통치가 그동안 흘러온 현세 속의 통치라면, 성경이 명백히 밝혀 주고 있는 교회/성도와 세상 사이의 성별적(聖別的) 분리 개념은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이다(참고: 신약성경 코린토B서=고후 6'14~18, 요한서신A=요일 2'15~17). 예수님이 요계 20'1-6에 나타난 통치를 시간이 아닌 추상적 개념상으로 해 오셨다는 주장은 세상과 교회를 함께 다스려 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주님과 사도들은 분명, 현세에서 마귀가 '세상 신', '세상 임금'이라고 말씀했다(코린토B 4'4, 요한복음서 12'31b; 14'30). 마귀가 예수님께 천하 만국과 그 모든 영광을 한 눈에 보여 주면서 "만약 네가 내게 절만 한 번 하면 온 세상을 네게 주겠노라"고 유혹해 왔을 때, 주님이 거기 대하여 어떤 오류 지적을 하시지 않고 다만 "물러가라"며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 분만 섬기라고 했다는 말씀으로 물리치신 사실이 이것을 간접 입증해 준다(마태 4'8~10). 그 까닭은 태초에 에덴에서 인간이 뱀의 유혹에 넘어가면서, 인간이 창조주님으로부터 직접 부여 받은 실제 세상 신/임금으로서의 지상 통치권의 상당량을 잃었기 때문이다(참고: 구약 창세기 1'26~28; 2'15, 시편 8'4~8, 요복 10'34 비교: 시 82'6). 타락한 인간은 표면상 세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마귀는 인간을 지배하고 조종하면서 효과적으로 세상 임금과 '신'의 노릇을 대신해 왔다. 구약에서 보듯, 하나님은 우주를 지배하실 주권이 있고 필요에 따라 주권 행사를 하실 수 있는 명실공히 전능한 신이시건만, 세상을 마귀의 손에 한시적으로 놓아 두시고(예: 구약 욥서=욥 1'12; 2'6 비교: 요A서 2'15~17), 현재 온전히 지배하고 계신 부분은 오로지 거듭난 사람인 성도의 심령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최후에 심판주로 옛 하늘과 땅을 비롯한 모든 것을 심판하시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지으신다는 사실이다(페트로B서=벧후 3'7,10~12, 요계 6'14; 21'1). 


주님과 사도들의 말씀에 따르면, 믿는 우리 곧 성도는 이 세상에 살아도 세상에 속하지 않기에(요복 15'19; 17'14,16; 참고: 요A 5'19), 혹 지금이 주님께서 천년간 통치하시는 기간이더라도 우리는 그 통치권에 속하지 않는다는 논리가 선다. 

요한서신A 2'15~17에 나타난 바 세상에 대한 사도 요한의 부정적 선언은 충격적이다. 우리가 세상에서 바랄 것이 잃어진 영들의 구원 밖에는 거의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무천년설 속에서의 세상은 우리와 무관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천년설 속에서의 주님의 통치도 세상과 무관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와 무관한 것인가??


그렇다면 주님은 세상 속의 교회만 지배해 오신 것인가? 그렇게 말한다면 더 큰 의문이 일게 된다. 참 교회는 거듭난 사람들의 유기체이지 제도교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제도교회도 다스려 왔다고 한다면, 중세의 암흑시대도 주님이 다스리신 결과가 되고 만다. 또 칼뱅이 제네바를 다스리면서 천주교를 본받아 수많은 사람들을 화형시킨 것도 주님이 올바로 다스리신 결과라는 이야기가 돼 버린다. 뿐만 아니라 현세에 점차 교회가 약화돼가는 것도 주님의 천년통치의 열매라는 말이 된다. 


지금 교회는 한 쪽에서는 퇴보기이면 퇴보기이지, 무천년론자들이 생각해온 그런 '황금기'의 교회가 아니다. 과거 표면상 번창했던 유렆과 미주의 교세는 지금 쇠하여 가고 소위 '제3세계'였던 여타 지역에서 오히려 교세가 번성하고 있다. 개혁주의 교회는 개혁가의 사상 중심의 개혁신학적 교회가 참 교회라고 굳게 믿으면서 왜 역사상 천주교나 그들이 혐오하는 오순절 세력 등의 교세가 번창하는 것까지 '황금기'로 매도하나? 자체모순이다. 무천년이 지난 세월을 모두 천년통치로 치부한다면, 천주교의 약12세기(?) 간의 통치는 무엇이며 개혁 이후의 약 5~6세기는 뭐라고 분류할 것인가? 모두 빛나는 주님의 천년통치에 포함되는가?   



셋째로, 이미 느끼겠지만, 마귀는 점점 더 날뛰고 악은 점점 더 팽창해 간다. 이것만 봐도 지금은 계시록이 말하는 마귀가 "갇혀 있는" 시기가 결코 아니다(참고: 요계 20'1,2,7)! 그렇다기엔 오히려 마귀가 "풀려나" 더 판치고 있는 시대이다. 과연 지금이 마귀가 만국을 전혀 미혹하지 못하고 있는 시기인가(요계 20'3)? 

만약 지금 어둠의 세력들이 세상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이 형국을 주님의 '천년통치'로 풀어 버린다면, 심각한 자가모순을 낳게 된다. 세상은 지금 나날이 더 사악과 불완전, 타락과 부패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왜 주님의 천년통치기가 이 모양인가? 그것을 억지해명하느라고 더 큰 모순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자 그럼, 주님이 세상이 아닌 교회만 천년통치하고 계신가? 그렇다면 세상 못지 않은 교계의 온갖 오류와 비리도 주님의 통치 결과인가? 지금 주님이 천년간 통치하고 계신다면 왜 세상과 교계가 나날이 더 악화돼 가는가? 문제의 세상이고 문제의 교회이니, '문제의 주님' 아니신가? 



여기서 우리는 무천년설이 가리키는 그 지상현세적 천년통치가 그럴 듯한 설명과는 달리, 실제로는 얼마나 허점 '투성이', '구멍 투성이'의 왕국인지 알 수 있다.



뿐 아니라, 무천년설은 또 오늘날의 최대 문제 사상의 하나인 '주권주의'(dominionism)와 가장 상통하는 학설이기도 하다. 수많은 칼뱅주의자들이 (개혁주의권에서 신랄하게 공격해 온) 수많은 신사도운동권 인사들, (그리고 비밀집단 사람들과 함께!) 나란히 세상의 7권역 또는 7개 산을 정복하여 '신국'을 이뤄보겠다는 '땅 따 먹기' 식 주권주의 이상을 추구하고 있는 모순된 현실을 개혁주의자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러나 성경에 따르면, 크리스토님의 천년통치 이전에 하나님의 왕국이 이뤄진다는 이상은 거짓 이상에 불과하다! 지금의 하나님 나라는 오로지 신자들의 마음 속에서만 이뤄질 뿐이다. 



이런데도 무천년설이 추상적으로나마 마치 이상적이고 온전한 것처럼 짐짓 꾸며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여지없이 모순이요 위선이기도 하다.  


그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주님의 선한 천년통치를 받는 교회는 어디 있는 누구란 말인가?? 결국 지금은 주님의 천년 통치기가 아님을 자증해 주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상으로 볼 때, 독자도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무천년설은 결코 성경적인 천년왕국론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관련 글: 과연 '무'천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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