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의 날마다 묵상하며
마태복음 15장 21-28절 말씀
얼마 전, 수퍼마켙에 딸린 분식집에 들렀다.
놀랍게도 떡볶이를 만들고 오뎅국을 끓이는 분들이
한국인이 아니고 스패니쉬 아줌마들이었다.
더 놀라운 일은 그 아줌마들이 대화 가운데
"빨리 빨리!"란 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이 바로 "빨리 빨리!"라고 한다.
우리의 삶이 늘 바쁜 건 사실이다.
미국 마켙에서 꼬박꼬박 줄 서서 기다리고 있으려면 답답하다.
케셔도 느리고, 계산하려고 체크를 쓰거나 동전을 꺼내는 고객들도 느리다.
더구나 급한 형편일 때는 기다리는 게 참 힘들다.
우리는 어떤가?
이런 우리의 급성 문화는 사회생활 뿐 아니라 신앙생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기도해 놓고는 기다리질 못한다. 기다리다가 못 참겠으니까 자신이 팔 걷고 나선다.
기도를 캔슬(cancel)하고 중도포기하겠다고 으름장 놓기도 서슴치 않는다.
하나님을 답답해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이렇게 바삐, 급히 서두느라 정작 믿음에 해가 되는 예는 없을까?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기도제목을 갖고 나온 이방 여인을 만난다.
마태는 예수님과 사두개인들, 서기관들의 신학논쟁 바로 다음에 가나안 여인의 순수한 신앙과 대조시킨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싶으셨다.
우리에게 주님은 순수한 믿음을 원하신다.
주님의 말씀이기에 그대로 믿는 그런 신앙을 원하신다.
끝까지 주님의 때를 기다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며
주님의 은혜와 긍휼을 구하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
이기적인 신앙, 자기중심적인 신앙을 건드리신다.
이 여인에겐 큰 기도의 제목이 있었다.
딸아이가 귀신에 들렸는데 정도가 아주 심각한 상태였다.
그 문제를 주님께 가지고 나와 간절히 부르짖는다.
그런데 주님께서 들은 체도 안 하신다.
침묵하신다.
"예수는 한 말씀도 대답지 아니하시니"(마15:23).
옆에서 듣고 있던 제자들이 거들어 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방해를 한다.
"그 여자가 우리 뒤에서 소리를 지르오니 보내소서"(마15:23).
이쯤이면 응당 포기할 일이다.
주님이 침묵하셔서 기다리기도 힘든데 제자들까지 방해를 놓으니
무슨 기대와 소망이 있겠나.
거기다가 주님이 하신다는 말씀이,
"나는 이스라엘 집에 잃어버린 양 외에는 다른 데로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노라"(마15:24)고 냉담하게 거절하신다.
일찍 포기하는 편이 여러 모로 유익할 성 싶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존심도 상하고 이건 도무지 말이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이 어머니는 포기할 수 없다.
아예 주님께 더 가까이 와서 엎드려 절을 하며 간절히 애원한다.
"주여, 저를 도우소서!"
그런데 그녀에게 돌아오는 주님의 말씀은 해도 너무하신다.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마15:26).
당시에 유대인들이 이방인들을 개 취급 하듯 했다.
자신들은 선택된 사람이고 그들은 버려진 자라고 여겼다.
여기서 주님은 한 아이의 어머니인 가나안 여인의 믿음을 보기를 원하신다.
동시에 바리새인과 서기관들 그리고 유대인들이 이방인들에게
사용하던 언어를 사용하셔서 그들을 향하여 매섭게 혼내신다.
이 여인은 대답한다.
"주여, 옳습니다."
저는 부족하고 주님께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이 없습니다.
개만도 못합니다.
그러나 주님,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
주님의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간절히 매달린다.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이같은 믿음을 주님은 기뻐 보시고 응답하신다.
"여자야, 네 믿음이 크도다!"(마15:28).
얼마 전 파도 속 물에 빠졌던 베드로에게 "믿음이 작은 자야"라고
믿음 없음을 탓하셨던 주님께서 이 이방 여인에게 "네 믿음이 크다"고
칭찬해 주신다.
때때로 주님께서는 우리의 기도에 침묵하신다.
지체하시면서 우리를 기다리게 하실 때가 있다.
이럴 때 우리의 반응은 어떤가?
무슨 빚 독촉이라도 하듯 "빨리 빨리" 달라고 생떼만 쓸것인가?
그게 주님께도 통할까?
그만한 자격이 우리에게 없다.
주의 긍휼하심과 은혜로우심을 간절히 구하며 주님의 때를 묵묵히 기다리자.
"(아무개)야, 네 믿음이 크다!" 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설렘 속에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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