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탐꾼을 숨겨준 예리코 기녀 라합은 유다 족 살마와 결혼하여 메시아의 선조가 됐다.
메시아 가계보의 이방인들
유일한 참 메시아이신 예수 크리스토(그리스도)님의 계보 내지 족보를 훑어보노라면, 여러 이방인들이 나타난다. 본디 아브라함의 후예이려면, 마땅히 순수한 히브리 혈통이 보존돼야 함이 옳을 터이다. 그런데 왜 하필 다른 유대인도 아닌, 메시아이신 그 분의 가계보에 이방인들이 숱하게 등장할까? 이에 관하여 좀 짚어 보련다.
마태복음서 서두의 족보에서 보는 대로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계보는 다뷔드 왕 가계보와도 근본적으로 같다. 유대인들 대다수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예수를 거짓 메시아, 이단아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여기 유대인들의 불행이 있다!
마태복음은 주로 유대인 신자들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쓴 복음서로 폭넓게 알려져 왔다. 그렇다면 마태는 이 메시아 족보를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할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방인들이 여기저기 속출하는 이 족보에 대해 어떤 의문을 갖진 않았을까?
메시아 계보상의 이방인들은 마태만 다룬 것은 아니다(*흥미롭게도 루카복음서의 역계보엔 이런 사실이 밝혀져 있지 않다). 아래서 곧 다루겠지만, 히브리서의 '믿음'장인 제11장과 야코보서에도 일부 나타난다. 히브리서나 야코보서는 더구나 히브리인들 곧 유대인들을 주 대상으로 쓴 서신이다.
메시아 가계보의 이방인들은 유대 사관적 관점으로 보기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하나님과 율법이 지정해 놓은 엄정해야 할 히브리-유대인들의 종교신앙적 순수혈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구세주-왕이신 메시아의 계보임에랴!
구약에선 특히 바벨론 포로기 후시대인 에즈라-느헤미야서에서 유난히 혈통의 순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까닭은 이방인과의 자유 결혼에서 올 수 있는 우상의 영향과 우상숭배의 재개를 우려했기 때문이다(에즈라서 9,10장, 느헤미야서 9'2,28-30; 13장 참조).
그런데 알고 보면, 혈통이 섞일 가능성은 처음부터 있었다. 가령 아브라함의 조카 롵(롯)만 해도 딸과 동침하여 얻은 후손 암몬과 모아브 족은 훗날 유대인들에겐 이방인들이나 다름없었고, 두고두고 문제거리가 됐다. 야콥의 형 에사브(에서)는 엄연히 아브라함의 후손이지만, 카나안에 거주해온 헽 족속(*히타이트 제국 후예들로 카나안에 들어와 거주한 사람들)의 이방녀들을 아내로 거느렸다(창세기 26'34). 에사브는 아브라함의 후손 가운데 처음으로 이방 여성들을 얻은 사람이었다. 이 이방 출신 며느리들은 아버지 이차크와 리브카의 근심거리였고, 특히 리브카는 이 며느리들 때문에 도무지 살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27'46). 그래서 훗날 에사브는 뒤늦게나마 부모에게 잘 보이려고 아브라함의 아들인 이슈마엘의 딸인 마할랕을 셋째 아내로 삼는다(창 28'9). 그러나 이 에사브는 이차크의 장자였음에도 치명적으로 중요한 장자권을 스스로 내버렸기에 메시아의 선조가 되지 못했다.
그후 야콥의 열 두 아들중 열한 째 아들인 요셒은 미쯔라임(=아이귚트 곧 에집트)에서 다년간 거주하고 총리까지 되고 난 형편상, 왕인 파라오(바로)의 명에 따라 그곳 여인을 아내로 얻었다(창 41'45). 둘 사이에 난 자식이 바로 메나쉐(므낫세)와 에프라임(에브라임)이었다. 흥미롭게도 미쯔라임 사람들 자신들이 히브리인들을 철저히 이방인으로 여겼다(*특히 동물들을 신으로 섬긴 그들이 목양을 혐오하여, 본디 목민(牧民)인 히브리인들을 고쉔 땅에 따로 살게 했다(창 46'34; 47'4-6).
그러던 형편에서, 수백년간 노예였던 겨레를 해방시키는 데 하나님께 지도자로 선임받아 앞장선 모쉐 역시 형편상 이방인인 미디안 여인 지포라(십보라)를 아내로 얻었고(미쯔라임출국기=출 2'15-20), 훗날 또 다른 이방인인 쿠쉬 여성을 둘째 아내로 취했다(민수기 12'1). 그런 모쉐 자신이 이방인들을 철저히 경계한 하나님의 율법을 전수하지 않았던가!
놀랍게도, 역사상 대표적인 유대 왕인 다뷔드 왕의 계보 겸 참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족보에 심심찮게 이방인들이 여기저기 끼어 있다. 특히 라합과 뤁은 불과 2대차로 다뷔드 왕족의 이방인 아내로 장식하고 있다. 역사 속의 이 '황당 현상'은 도대체 무엇을 말해 주는가?
일부 식자들은 이 점을 유대인들의 선민성이나 민족성에 배치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유대인들은 동족인 북 이스라엘 왕국의 수도, 쇼므론(사마리아)이 패망한 뒤, 그곳 사람들과 후손들을 개처럼 여기며 멀리했다. 종주국의 정책에 따라 거기 흘러들어온 이방인 잡족과의 무차별 혼혈혼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유대인들은 메시아이신 예수 크리스토 혈통의 비순수성(?)을 비웃을지 모르지만, 동시에 그들이 가장 존중하는 다뷔드 혈통이기에 함부로 그렇게도 못한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예수님의 다뷔드 혈통성 자체를 부정하려 든다. "나자렡 시골에서 태어난 너 따위가 무슨 다뷔드 왕손이겠느냐?"는 것.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서구 기독교 국가들을 상대로 러브콜을 수시로 하고 있다. 예수님을 참 메시아로 부정하면서도 기독교권 성지순례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래도 같은 구약성경을 믿기에..
정말 아이러니컬한 유대인들의 딜레마가 거기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엄격히 따지고 보면, 유대인들 혈통 자체가 '절대순수' 하지가 못하다. 유다 왕가의 족보에 이방인들이 낀 점이 바로 그렇다.
필자가 메시아계보대장정 시리즈라는 것도 써 왔지만, 거기서 히브리인들 사이에 낀 메시아의 이방인 선조들을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예리코 기녀 라합
예수님의 제자인 마태가 기록한 복음서인 마태복음 1'5을 보면, 독특한 표현이 있다. 특정 아내의 이름을 밝히는, '라합에게서'와 '뤁에게서'처럼, '-에게서'(그리스어 ἐκ τῆς=에크 테스)라는 용어이다. 이렇게 '에크 테스'로 아내를 밝힌 대목은 라합과 뤁 말고도 이전의 타마르(다말)와 이후의 뤁, 우리야의 아내(밭쉐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 등이 있다(3,6,16). 그만큼 중요하고 의미가 깊은 여성들이라는 뜻이겠다. 그런데 그 중 일부는 이방 여성이었다. 라합과 뤁이 그렇다.
그 앞절인 4절까지 참조해 보면, 유다의 후손이자 귀족인 살마(살몬)가 이방인인 라합에게서 보아즈를 낳았다고 명시했다(참고성구: 연대기B=역대하 2'10,11). 이 보아즈는 또 다시 이방인 모압의 여인인 뤁을 만나 아내로 삼는다(뤁서 1'4; 4'13). 예리코의 기녀(妓女 일설에 종교기녀 겸 여사제로 추정하기도 한다.)였던 이 라합은 12 정탐꾼들 가운데 예리코로 들어왔다가, 그곳 군사들에게 쫓기던 두 정탐꾼을 맞아 숨겨준 데 이어 성으로부터의 탈출을 돕는다(예슈아=여호수아서 2'1; 6'17). 예리코 함락 때, 그녀와 가족을 살려준다는 상호 계약 아래서. 그럴 수 있었던 까닭은 그녀가 이스라엘을 이끄신 하나님의 권능을 소문으로만 듣고도 믿었기 때문이다(옣 2장 참조). 예리코는 카나안에서 가장 강력한 성으로, 믿음으로 가장 우선 정복돼야만 하는 대상이었다.
목숨 내걸고 한 이 기녀의 행동은 예슈아(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의 예리코 정복 및 전체 카나안 정복 과정에 큰 보탬이 된다. 히브리서 기자와 야코보서는 그녀를 믿음의 행동을 보여준 의인으로 기렸다(힙 11'31; 얔 2'25). 라합의 믿음은 자신과 가족을 살렸을 뿐 아니라, 라합이 엄연히 이방 기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매우 귀하게 본 유다 귀족 살몬과 조건 없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결혼까지 함으로써 다뷔드 왕과 메시아의 선조가 된다!
모아브 여성 뤁
판관(=사사) 시대를 살던 여성인 뤁(룻)의 일대기와 그녀와 다뷔드 왕가 및 메시아 계보(참고: 마 1'5)와의 연계는 구약 뤁서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특히 뤁서 끝부분인 4'18-22는 이 계보를 분명히 하고 있다. 뤁은 (일차 시어머니인 나오미 외에) 둘째 남편 보아즈의 선조 어머니인 라합에 연이은 이방 여인이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
뤁은 모아브 여인인데도 불구하고 모국인 모아브와 친가를 버리고, 시어머니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더 사랑하여 기꺼이 유다로 귀화했고, 벹을레헴(베들레헴)에 정착했다가 시어머니 나오미의 적극적인 격려로 시가댁 집안을 대물림할 남편감인 보아즈와 결혼하게 된다.
암몬 여인의 아들 르호브암 왕
르호브암은 슐로모 왕의 아들로 대를 이어간 유다 왕이다. 그는 슐로모의 외동아들이자 유일한 소생이었다 (*슐로모의 아내가 천에 달했지만, 이 아들 하나만 얻은 것은 일종의 기적에 가깝다!). 그런데 르호브암의 어머니는 암몬 족 출신의 여성인 나아마였다(왕들A=열왕상 14'21; 연대기B 12'13). 왕들A의 기자는 나아마가 암몬 여성임을 두 번 강조했다(왕A 14'31b). 암몬 족은 고대 아브라함의 조카 롵이 두 딸에게서 낳은 두 아들 모아브와 벤암미 중, 작은 딸이 낳은 벤암미의 후손이다(창 19'38).
마태는 "슐로모는 나아마에게서 르호브암을 낳고"라고 하지 않고 생략해 버렸다. 그 이유는 나아마 역시 라합이나 뤁처럼 이방 여성이었지만, 우상을 섬긴 악한 왕비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왕인 슐로모 자신도 그랬거니와 나아마도 암몬 우상을 섬겼을 게 너무나 뻔하다(왕A 11'1-8). 아니 나아마 때문에 우상을 더 섬겼을 것으로 보인다.
슐로모는 특히 암몬 출신의 첩과 후궁들을 사랑했고, 예호봐님께서 미워하시는 암몬 족의 우상 밀콤(*일칭 말캄: 예레미야서 49'1,3; 제파니야서=습 1'5. 왕을 가리키는 멜렠과 연관)과 몰렠(=몰롴 일칭 멜렠: 왕을 뜻함)의 우상을 따르고 산당을 짓기도 했다(왕A 11'1,5,7). 이 우상의 '왕'이라는 속뜻은 특히 예호봐님의 미움을 샀다. 실제로 유일한 왕이신 신은 예호봐님 뿐이었기 때문이다.
슐로모가 하렘에서 수시로 함께 지낸 1,000명의 여성들중 유독 암몬 여성에게서 외아들을 얻은 것은 하나의 역설이다.
이것과 좀 묘한 연계(?)랄까를 한 가지 발견한다. 슈무엘B서(삼하) 12'26-31을 보면, 부왕 다뷔드는 요아브 장군의 승전으로 암몬 족의 도시인 라빠를 정복했는데, 라빠 왕의 보석 달린 화려한 황금 왕관이 좋다고 선뜻 머리 위에 썼다. 이 왕관의 명칭이 '몰롴'이었거나 몰롴 신 숭배와 내적 연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다뷔드는 끊임없는 집안 싸움인 왕자의 난에 시달린다(슘B 13'1 이하 참조)* 물론 슐로모의 어머니인 밭쉐바 왕비와 동침한 사건도 겹쳤다.
아무튼 르호브암은 아버지 슐로모와 어머니 나아마 못지 않게 우상 숭배에 열을 올렸다.
이 모든 사실에도 불과하고, 르호브암은 유다 왕가의 선조였고, 아울러 메시아의 선조가 됐다.
이상에서 우리는 메시아 계보 상의 이방인들을 엿보았다. 이밖에도 루카복음서까지 아우른 메시아 계보 속에 또 다른 이방인들이 있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다뷔드 왕가 및 메시아 혈통에 이방인 여성들이 끼어있었다는 사실은 메시아의 정통성 내지 순수성을 감하지 않는다! 메시아이신 예수 크리스토는 요셒의 씨로 태어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어머니 마리아의 몸을 그릇으로 삼아 났기에, 이들 선조들의 죄된 피가 메시아의 피에 섞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자신도 무흠무죄하셨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는 메시아는 오직 말씀이 몸을 입고 오신 임마누엘 그 분 뿐, 그 어느 다른 누구도 참 메시아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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