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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달나라 대통령?

 

 

시사논평

문재인은 달나라 대통령?

 

[ 필자는 본 블로그에, 근래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좌/우 양파의 극대립현상과 관련된, 이렇다 할 만한 글을 쓴 적이 없다. 일부러 피하려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참다참다 못해 이젠 할 말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것이 그런 첫 글이 될 모양이다. ]

 

요즘 우리 사회엔, 한국의 한 공무원이 북한 해군의 무자비한 총살에 이은 화형으로 희생된 일이 크게 회자되고 있다. 일부 극좌파를 제외한, 국민 대다수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보다 약 보름 전에 북한의 김정은에게 보냈다는 친서의 내용이 '가관'이다(그 친서를 여기서 볼 수 있다. -> ) 이른 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빠")들이나 대깨북("대가리가 깨져도 친북")은 혹 이 친서를 대환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친서에서 특히 다음 대목은 대다수 국민들의 헛웃음과 허탈감, 아니 분노마저 자아낸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의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합니다.”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 우리가 잘못 본 건가..'생명 경시를 향한 강력 의지'가 아니고? 여기서 우리는, 문 대통령이 북과 김정은을 몰라도 '넘나리' 모른다고, 또는 북의 현실을 간과해도 너무나 간과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초현실주의자인가? 생명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런 초현실주의(?)는 혹시 진중권이 대통령에게서 느꼈다는 3대 '뜨헉'(또는 뜨악!)의 하나가 세월호 희생자/피해자 아이들에게 뜬금없이 '고맙다'고 한 것이었음과 무슨 연관이라도..?

문 대통령이 거론한 '생명'은 인권과도 직결된다. 그런데 북한은 유엔도 설레설레 손사래를 칠 정도로 최악의 인권 몰각 사회다. 김은 자기보다 착한 형도 (두 타국녀를 통해 극비리에 극독물로) 암살하게 하는가 하면, 자기 고모부인 장성택을 몸서리나게 참혹한 방식으로 죽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김정은에게 딴 건 몰라도 생명존중이나 인권존중 따위는 동에서 서가 멀 정도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9월 9일 워싱턴포스트는 부편집인인 밥 우드워드의 근저인 '격노'를 인용해, 김이 트럼프에게 자기 고모부를 어떻게 처형했는지 생생히 밝혔다고 전했다. 북의 2인자였던 장은 '반혁명적 행위' 혐의로 처형 후 머리가 "전시"됐단다. 탈북자들의 일설에 따르면, 그는 기관포 또는 고사포로 온몸이 너덜너덜하게 되어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나중에 머리가 전시됐다면, 처형 당시 머리 부분은 총탄으로부터 가려놓거나 제외하지 않았을까.] 북의 숙청과 처형 방식은 치가 떨릴 정도로 고래로 악명이 높다. 오죽하면, 장성택 자신이 죽기 며칠 전, 두 부하의 처형 장면을 보고 오줌을 지렸다지 않는가.

라종일 교수(한양대)의 책 '장성택의 길'에 따르면, 장성택의 두 부하를 처형한 무기는 4신 고사기관총(대공포) 8대와 처형후 화형을 위한 화염방사기였다. "4신 기관총은 구경 14.5㎜ 소련제 ZSU 방공용 고사 기관총을 복사한 것이다. 보통은 중요한 시설에 대항공용으로 비치해 놓는데, 이즈음 이 무기를 사형 집행용으로 쓴다.” 금번에 억울하게 죽은 우리 공무원도 이에 준한 유형의 '벌집내기 형'+화형이었을 것이다.

2015년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가 석방된 미국 시민권자 김동철 박사는 자신이 북한에서 조사받을 당시 유대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물 고문을 받으며 갖은 고초를 겪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 박사 자신도 물 고문을 받은 후 두 번이나 실신했다고 한다. 웜비어는 단지 양강도 국제 호텔에서 포스터 한 장을 떼 온 죄로 '국가재산 절취' 죄를, 또 김정일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를 돌돌 말았던 '권위훼손' 죄로 강제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은 뒤 물고문으로, 귀국한지 엿새만에 사망했다. 물고문은 가장 견디기 힘든 고문 형태다.

이런 얘기들은 북한 당국이 생명과 인권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들이 생명/인권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잔혹하고 악독한 나라임을 입증해 왔다.

이를 익히 인식해온 유엔인권이사회도 지난 18년간 연속으로 북한인권 결의안을 연속 채택해 왔다. 올해 6월 하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43차 인권위에서 결의안 작성을 주도한 유럽연합을 대표해 발언한 베스나 코스 제네바 주재 크로아티아 대표부 대사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이 (실생활) 현장에서 나아졌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근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주민 복지나 식량을 위한 노력도 현저히 떨어져왔다. 그러므로 그런 김정은에게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 운운함은 운니지차(雲泥之差)만큼이나, 경천동지할 엄청난 착각인 것이다. 만약 그런 '의지'가 있었다면, 오로지 자신과 측근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의지뿐이었을 것이다.

아울러 생명 및 인권과 관련해 빠뜨릴 수 없는 현실이 있다. 북한은 세계 기독교 박해국가들 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매년 최악을 기록해 왔다는 사실이다. 세계 기독교 피(被) 박해 실상을 다년간 관찰기록해온 오픈도어(OD) 선교회에 따르면, 올해도 북한은 통산 94점으로 변함없는 1위를 기록했다. 내용을 보면, 북한은 사생활과 가정생활, 지역생활, 국가생활, 교회생활 등 5개 영역별 기독교 박해지수가 최대치인 16.7이고, 폭력지수는 11.1이었다. 이게 과연 김정은의 '강력한 생명존중 의지'를 반영한 수치일까?

광의적 기독교권(Christendom)에 속하는 로마교황 교회인 바티칸도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바티칸을 방문하고 교황을 알현까지 한, '천주교인'이라는 문 대통령은 북한의 기독교 박해 실상도 모른다는 말인가? 아니면 자신의 숨은 어젠다를 위해 이런 북의 행태를 아예 무시하기로 했는가? 아니면 북한이나 중국이 경시하고 학대하는 천주교인이나 기독교인은 생명존중의 대상조차 못 된다는 뜻일까?

 

주요 탈북 인사들은 북측의 이번 우리 공무원 처형 사건은 우두머리의 명령 하달이 없었다면 애당초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과 주변 사람들은 평소 이런 실상을 잘 아는 탈북자들의 존재도 인식하지 않는 '주사파' 일당에 불과함을 스스로 입증한 셈인가? 북의 극도로 잔혹한 무자비성을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볼(?) 만큼 현 정부가 호도돼 있거나 세뇌됐음을 뜻하는 것인가?

김대중과 노무현, 문재인 등 친북적 내지 근북적 인사들이 늘 잊거나 무시해온 사실이 있다. 그것은 '김 왕조' 사람들이 모름지기 북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김정은과 그의 평양 일당들은 북의 인민들을 대표하지 못한다! 다만 자기네 '왕실'과 근거지인 평양과 그들의 '똘마니' 내지 신복들인 노동당을 대표할 뿐. 안 그렇다면 그 수많은 탈북민들이 왜 목숨 걸고 탈북하겠는가? 우리나라에서 김씨가 왕조를 다스린 기록은 박//김씨가 교대 통치를 한 신라시대 밖에 없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처음부터 현재까지 계속 김씨네가 사실상의 왕조가 되어 통치를 해왔다. 오로지 총과 대포의 힘으로.

임금이 절대군주였던 시대와 다름없이, 북엔 한 마디로 인권이나 자유가 없다. 김왕조의 절대 통치권과 명령에 불응할 경우, 무자비한 숙청만 있을 뿐이다. 북에 혹 인권이 있다면, 김과, 그 가족 및 측근들의 인권만 존중받을 수 있을 테고, 그들에게 '대깨김' 식으로 충성을 다하는 통치자의 노동당과 북한군을 비롯한 소수의 하수인들조차도 인권 보호가 거의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노동당'이란 개념도 알고 보면 웃긴다. 대체 누가 노동 당원이던가? 김과 그 왕조가? 김과 그 왕가가 하는 노동이라곤, 절대권력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감시 노동 밖에 하는 '일'이 없다. 그들의 노동당이란, 진정 노동을 높이고 노동을 나누려는 당이기보다 지배계급에 더 가깝다. 진짜 피땀을 흘려 노동하는 무산대중인 인민들이 노동당이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북엔, 공산주의 사상가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진정한 의미의 프롤레타리아트도 없다. "있다"고 본다면, 허상에 불과하다. 칼 맑스나 프리드리히 엥겔스 따위가 주장한 그런 공산주의는 순전히 이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행여라도 지금 이땅에서 '주체사상'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여태까지 속아온 것도 모자라 계속 스스로 속으며 살아가는 불행한 인생이다. 그들이 꿈꾸는 유의 '기쁨조'나 거기 준하는 '기쁨'들은 김왕조 체제 하의 인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김왕조와 측근들을 위한 것일 뿐이다. 문익환이나 윤이상, 임수경이나 임종석, 미국의 유태영 등 방북자들이 은근히, 또는 열렬히 상찬한 대상들은 공산사회에서 진정 상찬받아야 할 프롤레타리아트 곧 인민들이 아니다. '김빠'랄까, 김왕조의 일시적인 '딴따라'나 '들러리' 역할을 잠시 해 드린 셈이다. 아, 물론 그들 일부는 지금도 그 역할을 계속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한심하고 섬뜩하게도, 요사이 우리나라 정치 행태는 언뜻언뜻 북을 연상시킬 정도로 북을 닮아가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4.15 부정선거론이 오르내릴 만큼 수상쩍은 방식으로 절대 다수 세력을 틀어쥔 여당의 기세, 다른 나라에선 거의 절대 보장된 집회의 자유도 코로나를 핑계 삼아 엄금하는 둥, 10월 3일 예상됐던 차량 시위도 운전면허 취소 등으로 협박해 가며 강제로 막아 자유를 앗겠다는 둥, 점점 '경찰국가'가 돼 가는 양상이다. 누구의 지적마따나 요즘 경찰의 움직임을 보노라면, 국민의 자유를 지키고 돕고 보살피는 민중의 지팡이는커녕, 철저히 통치세력의 주구(走狗)가 돼가는 느낌이 든다. 북한의 '김왕조'처럼 우리나라도 '문왕조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사라진지가 퍽 오래된 듯한(?), 현 대통령의 애칭들이 있다. 그의 영문 성을 딴 '달님'이나, 그의 이름 끝 자를 딴 '이니'라는 별명이다. 여느 국민들에겐 그가 이젠 우리 대통령이라는 실감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그가 여전히 달님이라면, 따스하고 다정다감한 달빛이라기엔 차디찬 달 표면으로, 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달의 저쪽, 이면으로 더 느껴진달까. 그래선지 그의 친서에 답신했다는 김정은 친서( ->)에서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은 단둘끼리의 따뜻함이지, 우리 국민에게까지 열전도가 되진 않는다.

문재인. 그는 이제 '각하넘당'(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인가? 알고 보니, 그는 머나먼 달나라 대통령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