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밤잠을 설쳐 왔다.
천장 속에 생쥐가 있는 느낌이어서다. 벽을 갉는 바삭거리는 소리가 난다. 밤낮으로 갉아 대니 밤낮으로 잠을 설치게 된다. 좀 닥치고 있으라고 막대자 같은 것으로 천장을 두드려 봐도 소용이 없다.
다만 내가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고 있을 동안은 조용하다. 자신이 벽을 갉는 소리와 비슷해설까..?
우리는 주인 집의 이층방에 살고,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천장이어서 이걸..이 작은 '넘'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아무리 궁리해도 쉬트랔 천장을 뚫기 전엔 방법이 없다. 아마도 지붕 아래 처마 어딘가를 뚫고 들어온 모양인데.
쥐는 기억력이 거의 없다고 한다. 한 번 겁을 주면 잠시 겁을 먹는 듯 하다가도 금방 다시 하던 짓을 되풀이한다. 그러면서도 약삭빠르고, 재빠르고 민첩하다.
미국에 와서야 생쥐(mouse > mice)라는 걸 처음 봤다. 주로 아파트에 산다. 거의 종잇장 같은 틈이라도 어떻게든 비집고 드나들 정도로 작은 몸집인데, '미키 마우스'나 '미니 마우스'를 연상시킬 만큼 생긴 걸 보면 귀엽기도(?) 하지만..특히 여성들에겐 징그럽고 끔찍스러운 혐오 대상이다.
쥐라니까, 잊기 어려운 올해 추억거리가 하나 있다.
지난 여름 뉴욬시 허리를 제대로 훑어 버린 회리폭풍(토네이도) 바로 전날 새벽기도회를 이끌었다. 설교 중인데 갑자기 교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여 교우들이 "어머나~!" 요란한 비명을 지르며 강단 옆 쪽을 향해 연신 삿대질을 했다. "쥐예요, 쥐!"
놀라서 그 쪽을 돌아 보니, 강단 옆 벽 아래 쪽으로 거대한 쥐 한 마리가 얼쩡거리고 있었다. 어린애 팔뚝 만한 크기였다. 뉴욬 특히 맨해튼 지하철 레일 등에 흔한 종이다. 그래도 '넘' 아니 '님'은 여유자적하며 늠름하게 잠시 어기적거리며 관광이라도 하는 듯 우리 교우들을 빤히 넘보고 있었다. "보긴 뭘 봐? 이 몸은 잠시 실내 산책 중이셔. 걍 하던 기도회나 마저 하셔~"라는 듯.
쥐 정도를 겁내는 약체는 아닌(?) 나는 잠시 그냥 교우들을 진정시키느라 애께나 쓰며 설교를 이어갔지만, 골리앋 사이즈인 서 생원의 출현에 교우들은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다. 일부는 공포에 질린 듯 멍 하니 입을 벌린 채로였고, 일부는 거의 혼절(?)해 가는 중인 듯 싶었다. 특히 여성 교우들은 어서 속히 그 '넘'에게 맞대응해 과감히 처치해 줄 영웅 '다빋(다윗)'을 대망하다 못해 간곡히 열망하고 있었다.
설교는 그럭저럭 마쳤지만, 그 날 합심기도는 거의 하지 못했다. 한 두 교우가 겁에 질려 구석에 움츠린 채 이 거대한 적의 돌연한 기습에서의 구조(?) 같은 것을 웅얼중얼 하고 있을 뿐. 온 교우들이 제각기 피해 있거나 몇몇 용감한 교우들이 팔을 걷어 붙이고 실내 창고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적당한 무기를 들고 나와 쥐잡기 총력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한 남자 집사님과 합동작전으로 쥐'님'을 코너에 몰아, 소원대로(?) 내가 쇠막대기로 때려 잡긴 했지만, 그 엄청난 크기에 새삼 놀랐다. 온 몸은 회색이고 대조적으로 대가리가 허연 늙은 쥐였는데, 동작은 느려도 맷집이 대단했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달리 어쩔 도리도 없어 철봉으로 여러 번 강타하던 끝에..그 '님'이 쓰러져 가던 마지막 순간, 그 커다랗고 슬픈 눈망울로 "그대는 왜 날 박해하나?" 하듯 나를 바라보는데, 속으로 측은하기도 하고 자타에게 끔찍하기도 하여 혼났다.
결국 골리앋 '님'은 몇 번 몸을 부르르 떨며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그 후 그 눈동자가 꿈 속에 나타났는지 않았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 서생원께서 어디서 어떻게 감히, 무슨 배짱으로 우리 성소에 나오셨는지(?) 들어오셨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우리 교우들을 완전 충격에 빠트리고 기도회를 망친 죄 탓에, 그 '님'을 용서하거나 천국에 보낼 길은 없어 보여 안타까웠다.
하필 폭풍 전날 '님'께서 예언적으로(?) 나타난 것도 희한하고 (재난에 대한 동물 특유의 예감?), 하필 새벽기도회 때, 더구나 본인의 설교 시간에 출현하신 것은 참으로 순수 우연이고 무의미하다기엔 너무나..의미심장(?)했다. After all, 하나님은 참새 한 마리도 돌보시지 않는가..
더욱이 절절이(?) 사랑을 외치던 이 설교자의 무자비한 철봉 아래 죽어가다니..이 어인 역설인가.
"너는 알라: 쥐보다 못한 너의 인생임을~"이라고 가르쳐 주신 깊은 뜻이 있었는지.
쥐는 몸통이 작으면서도 갉고 쏠고 헐고 구멍 내고 망가뜨리고 훔쳐 먹고 페스트 등 세균을 전염시키고 겁 주는 존재이지만, 생태 상 어쩔 수 없이 인간들과 가까운 동물이기도 하다. 개나 고양이처럼 인간에게 가까우면서도 실제로는 평소 인간에게 근접 불가하여, 외면 당하는, "가축 아닌 가축"이라고나 할까. 그야말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다.
아무튼 그 골리앋은 당일 아침 '손'을 봤지만, 천장 위의 저 서생원은 어떻게 해 볼 방도가 없어 계속 잠을 설칠 모양이니, 적지 아니 신경 쓰이고 약간 스트레스 받는 게 답답~하다.
누가 알랴..저 '넘'은 그 때 내게 타살 당한 그 골리앋의 사전 지시를 받아 내 밤잠을 갉아 먹으려 파견된 스파이일지도.
그렇다면,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내가 지시한다: 이젠 더 소중한 내 수면 시간을 뻇지 말고, 즉각 내 주변에서 물러가라~. 이 '님' 아닌 '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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