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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벨리스크 아래 기도를?

 

뉴스와 시평

오벨리스크 아래 기도를?

 

미국 대선을 불과 두 달 남짓 앞둔 최근, 프랭클린 그래엄 목사가 9월 마지막 주말인 오는 26일,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서 연합 기도행사를 갖는다고 발표했다. 자신의 단체인 빌리그래엄전도협회(BGEA)의 주최로.

'2020 워싱턴 기도행진을 프랭클린 그래엄과 함께' 정도의 주제를 가진 포스터에 따르면, 전도자 (고)빌리 그래엄의 아들이기도 한 프랭클린은 "미국은 전례 없는 위기 가운데 있다"고 전제, "우리나라의 혼(soul) 자체를 위한 싸움을 하고 있지만, 하나님이 주신 가장 강력한 무기인 기도로써 하나님 보좌 앞에 나아갈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과, 수많은 신자들이 함께하는 이 특별 기도행진에 (다들) 참여해 주길 바란다며, 링컨기념관에서 모여 이 내셔널 몰의 이곳저곳, 역사적 유적지를 '순례'할 동안, 나라의 분열 현상을 하나님이 고쳐주시길, 또 지도자들을 이끌어주시고, 종교자유를 보호해 주실 것과, 그분의 성령을 미국에 부어주시길 간구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또 이런 국가적 행사에서 으레 쓰이곤 하는 구약 성구, 연대기B(역대하)서 7'14를 곁들였다. 그래엄은 또, 기도엔 "땅을 흔드는 권능"이 있다며, 이 위대한 나라를 위하여, 자녀와 손주들을 위하여, 그날 모여서 주님께 중재를 요청하는 이 기도행진에 참여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 기도회의 좀 더 실제적인 목적은 기재되지 않았지만, 그래엄이 열렬히 지지해온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을 간접 지원하기 위한 것임은 너무나 뻔해 보인다. 이것은 사실 트럼프와 공화당에게 분명히 일익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난해 무신론주의를 기치로 내세우고 동성혼, 낙태 등을 계속 '합법화' 하고, 사회주의를 구현하려는 민주당은 어떤 기독교 구심체적 인사에 의한 이런 특별한 기도회를 바라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포스터를 보면서 생각 있는 신자들과 기타 사람들은 불편한 심기를 떨칠 수가 없을 것이다. 왜냐고? 저 한가운데 마치 모난 송곳처럼 뾰죽하게 우뚝 솟은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은 오벨리스크(방첨탑/方尖塔)이기 때문이다. 세계최대 규모인 저 현대적인 오벨리스크는 미국의 다른 수많은 유적들처럼 미국의 프리메이슨들이 설계하고 건립한 것으로 퍽 잘 알려져 있다.

거대한 직립형 탑 모양인 오벨리스크는 역사적으로 오컬트(occult) 건축물이며, 그 첫 연원(淵源)은 고대의 에귚트(이짚트)이다. 워싱턴 기념탑은 순수 자체 제작 오벨리스크이지만, 전세계엔 수많은 오벨리스크들이 있는데 역사적인 것들은 거의 다 수천년전의 에짚트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밖에도 수많은 크고 작은 오벨리스크들이 세계 각처의 공원, 네거리, 심지어 고인의 무덤에까지 세워져 있다. 워싱턴 기념탑은 물론 초대 대통령이자 이 수도의 명칭이 유래된 조지 워싱턴을 기념하여 세워졌다. 그만큼 워싱턴은 나라 제1로 추앙받는, 거의 신성한 인물임을 암시한다.

그런데 오벨리스크의 원조인 에귚트(이짚트) 신화에서, 오벨리스크는 남신(男神)의 발기한 성기를 상징한다. 이것은 필자의 나름 주장이나 '음모론'이 아니라, 실제로 그러함을 독자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en.wikipedia.org/wiki/Obelisk

더 놀라운 것은 세계 교회의 대표라고 자임해온 로마 카톨릭 교회의 본부격인 바티칸의 대성당, 산 피에트로 바실리카의 광장에다 중세에 에귚트에서 직접 가져다 세운 오벨리스크 꼭대기에 십자가(!)까지 달아서 세웠다는 것이다. 오벨리스크에 십자가를? 기독교가 오벨리스크와 무슨 상관인가?! 이게 무슨 참 교회이며, 선행일까? 알고 보면 거대한 신성모독인 것을.

물론 워싱턴 내셔널 몰의 오벨리스크의 경우는 거의 국가적 상징물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하더라도, 오벨리스크의 유래를 제대로 안다면, 생각 있는 크리스천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가 없다. 더욱이 첫 대통령 워싱턴을 기독교 신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상당한 혼동을 안겨줄 터이다. [사실 첫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부정하려야 부정할 수 없는 프리메이슨이었다. 그밖에도 수많은 역대 대통령들과 기타 정객들과 의회, 법조계, 경제계, 문화연예계 인사 등이 메이슨이었다는 증거가 있다. ]

흥미롭게도, 최근 워싱턴DC 시(시장 뮤리얼 바우저)는 공공 장소에 붙여진 역사적 인물의 이름 가운데 "제거돼야 할(또는 상황화/contextualize 해야 할) 대상"의 목록을 발행했는데, 그 가운데는 워싱턴 기념탑도 포함됐다! 그밖에도 이 목록엔 제퍼슨 기념관, 앨벑 파이크 장군 석상 등이 수록됐다. 워싱턴과 제퍼슨 등 두 대통령은 둘 다 노예를 두고 부렸다는 이유에서다. 파이크는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장군으로서, 특히 비밀집단인 프리메이슨리의 스카티쉬 파(SR)의 이론화와 발전에 힘쓴 사람이다.

흑인 여성인 바우저 시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바우저는 그런데 오벨리스크의 유래나 메이슨리 관련 사실까지 문제 삼은 것은 아니었다. DC 시청의 이런 리스트 작성 행위에 대해 공화당 측은 아주 맹랑하다는 반응이다. 백악관은 이 리스트를 펴낸 바우저에 대해 "극단적인 진보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또한 다수의 사람들은 하필 대선을 얼마 앞둔 시점에 왜 이런 목록을 발표한 것인지 아연해 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 보면, 대선과 같은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으레 워싱턴 몰에 모여서 행사를 하는 관행이 있어 왔기에 모인 사람들에게 장소와 그 배후의 역사성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심으려는 작전이 아닐까 싶다. 이번 경우, 프랭클린 그래엄이 이끄는 기도회에서 결과적으로 부각될 워싱턴 기념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힘을 실어 주는 셈이다.

오벨리스크에 관해선 추후에 따로 관련 자료 글을 올릴 생각이다. 

한편 프랭클린은 저렇게 열렬하게 트럼프 쪽을 지지하지만, 그의 누나이자 역시 전도자인 앤 그래엄 로츠 여사는 모든 여성들이 트럼프를 지지해선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또한 프랭클린의 구호단체인 '서매리턴 펄스'(SP=사마리아인의 지갑) 등을 도와온 일부 사람들과 SP를 아는 사람들 중 트럼프와 공화당을 싫어하는 상당수는 프랭클린에게 SP 대표직을 '사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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